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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

한병철 - 피로사회

by 책과주식 2022. 2. 4.

오랜만에 책을 읽기 시작하니 들어오는 자극이 나쁘지 않았다. 철학자의 책을 읽었으니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정해야겠다는 생각과, 책모임에 나가기 위해 강제성이 부여된 책과 병행해서 읽어야 하니 너무 가볍지도 어렵지도 않게 선정한 책이다. 

 

피로사회 / 한병철 / 문학과 지성사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피로사회라는 책은 근대의 규율사회에서 패러다임이 변화한, 혹은 변화 중인 후기근대의 성과사회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의 핵심은 간결하고 명료하며 군더더기 없다. 타자 없이 '나'도 정의될 수 없다는 논리를 사회에도 적용시켜 규율사회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부정하며 대비를 통해 성과사회를 정의하고 있다. 

 

근대사회는 억압, 의무, 복종, 법이 면역학적 타자에게 무언가를 강제했고 후기근대는 자유, 쾌락, 선호가 과잉으로 나타나 스스로를 강제하는 게 문제라고 한다. 착취의 주체가 바뀌었기에 문제의 원인도 바뀌게 되었고, 사회적 문제를 진단함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시대착오적 오류를 범한다고 지적한다.

 

결론이 의아하다. 한트케의 '피로에 대한 시론'을 인용하며 피로에 대한 종교화에 동의한다. 저자는 피로사회의 책이 치유적 피로에 대한 이야기로 끝난다고 언급하지만, 규율사회의 비판에 대한 저자의 의견 개진의 강도를 봤을 때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언밸런스가 느껴진다. 

 

 

저자의 메시지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선 이 책을 몇 년 전에 읽었을 때는 이해를 못 했다고 인정해야겠다. 그때는 근대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이 불러온 배경지식의 빈곤함이 원인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뇌를 긁어주는 지적 쾌감과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만족감을 느껴본 것 같다.

 

과거 10년 정도는 '성장'이라는 키워드 하나만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살아왔었다. 주체적으로 선택을 했고 거기에 따르는 결과는 온전히 내 감당이라는, 실수에서 교훈을 얻고 다시 시도하고, 이러한 반복적인 삶이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인간의 유형이라 믿어왔었다. 이 책은 그러한 믿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주체적인 삶이라 생각했던 요소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내재한 과잉의 폭력, 인간관계의 단절, 신경증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저자는 사색적인 삶의 태도가 이러한 시스템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거라고 말하는 듯싶다. 아니었으면 깊은 심심함, 활동적 삶, 보는 법의 교육 파트는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결론은 철학을 해야 한다로 귀결되는 느낌이다. 안 그래도 살아가는 데로 생각하기는 그만두기로 했다. 오랜만의 자극이 반갑기 그지없다.

 

 

내용

신경성 폭력 - 로베르토 에스포지토, 장 보드리야르

21세기는 면역학적 시대에서 신경증적 시대로, 전염성 질병이 아니라 경색적 질병이며 타자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다. 새로운 폭력은 면역학적 타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며, 바로 그러한 내재적 성격으로 인해 면역 저항을 유발하지 않는 것이다.

 

규율사회의 피안에서 - 알랭 에랭베르

푸코의 규율사회는 성과사회로 변모했다.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회적 무의식은 당위에서 능력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깊은 심심함 - 폴 세잔

사회적 발전과 주의구조의 변화는 인간 사회를 점점 더 수렵자유구역과 유사한 곳으로 만들어간다. 과잉 주의는 심심한 것에 대해 참을성이 없는 까닭에 깊은 심심함도 허용하지 못한다. 인간은 사색하는 상태에서만 자기 자신의 밖으로 나와서 사물들의 세계 속에 침잠할 수 있는 것이다.

 

활동적 삶 - 한나 아렌트

노동사회는 개별화를 통해 성과사회, 활동사회로 변모했다. 탈서사화는 삶을 벌거벗은 생명으로 만든다. 생명 자체라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난다. 

 

보는 법의 교육 - 프리드리히 니체

활동과잉은 정신적 탈진의 증상일 뿐이다. 머뭇거림은 행동이 노동의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데 필요 불가결한 요소이다. 분노의 전제는 현재 속에서 중단하며 잠시 멈춰 선다는 것이다. 짜증과 신경질만이 점점 더 확산되어간다. 활동과잉은 극단적으로 수동적인 형태의 행위로써 긍정적 힘의 일방적 절대화가 낳은 결과이다.

 

바틀비의 경우 - 조르조 아감벤

 

피로사회 - 패터 한트케

활동사회라고도 할 수 있는 성과사회는 서서히 도핑사회로 발전해간다. 그 이면에서 극단적 피로와 탈진 상태를 야기한다. 피로는 폭력이다. 이러한 폭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직 타자를 일그러뜨리는 시선 속에서뿐이었을 것이다.

분열 피로 - 대립 피로 - 근본적 피로 - 눈 밝은 피로 - 우리 피로 - 종교 피로 - 피로사회

 

우울사회

프로이트, 칸트는 규율사회, 후기근대는 성과사회

자유에서 새로운 강제가 발생한다는 데 자유의 변증법이 있다. 타자로부터의 자유는 나르시시즘적 자기 관계로 전도된다. 타자와의 관계가 사라지면서 보상의 위기가 찾아온다. 나르시스적 주체는 최종적으로 완성된 형식이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조건 때문에 완결에 이르지 못한다. 완결된 형식의 부재는 경제적 조건의 결과이다. 왜냐하면 개방성과 미완결성은 성장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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