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임 선정 책. 오랜만에 펼쳐 보는 책. 우리가 더불어 살아간다고 믿는다면 많은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주제. 이미 익숙한 내용이라 휘리릭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내용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새로운 단점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공정하다는 착각 /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샌델은 입시 현장에서 오고 가는 담론의 가치들 그 기저로, 그 기저에서 더 깊은 기저로, 도달할 수 있는 밑바닥까지 우리를 끌고 내려간다. 인간이 신에게 자유의지를 획득하며 어떻게 현실에 반영되었는지, 그것을 정치가들이 어떻게 끌어와 악용하였는지, 그 결과 불평등, 무기력, 우울이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미국과 유럽의 예시를 섞어가며 그 과정을 드러낸다.
한 가지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피로감을 주지만, 이것을 능력주의의 일대기로, 탄생부터 성장, 고착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되기까지의 과정으로 본다면 미묘한 변화를 느끼게 된다. 샌델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의 합의라고 보고 그러지 않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핵심은 계몽이라고 보는듯하다.
능력주의는 결국 자본주의에서 성과로 측정된다. 결과만이 누군가를 판단하는 잣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의 존엄성을 되살려야 한다. 일은 경제적인 활동 이상의 의미로, 그 최선에 있어 사회적 통합 활동이며 인정의 장이고, 공동선에 기여해야 한다는 우리의 책임을 명예롭게 수행하는 방식이다.
샌델은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이뤄냈다고 생각하는가?
저자의 메시지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내어주기까지, 주지 않았다면 받았다는 의미다. 타인보다 단어 몇 개 더 알고 있다고 자만하던 시기가 있었다. 세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자숙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언제부턴가 당연히,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다.
한국 문화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는듯하다. 천하다고 생각하는 직업들이 사회 기반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살아가야 되는 사회의 문화가, 사람들이 그렇다. 아마 평생 무지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AI의 발전이 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다면, 더 정의로운 사회로 진보할 수 있을까..?
샌델의 책은 허무함의 후폭풍이 심하다.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것처럼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한 개인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일 회독 때는 지적 쾌감이, 이 회독 때는 깊어지는 성찰이, 세 번째 네 번째 때는 무기력함이..
내용
서론
- 불평등한 사회에서 꼭대기에 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 우리가 스스로를 자수성가한 사람 또는 자기충족적인 사람으로 볼수록 감사와 겸손을 배우기 어려워진다
1. 승자와 패자
1) 포퓰리즘적 불만에 대한 진단
- 포퓰리즘적 저항을 악의에서 나온 것으로 보든, 무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든, 주류 정당들과 집권 엘리트가 정책을 그렇게 폈기 때문이었다.
2) '테크노크라시'와 시장 친화적 세계화
- 시장 중심적이고 기술관료적 통치 방식은 민주적 토론의 범위를 좁히며, 공적 담론의 내용을 공허하게 하고, 개인들이 점점 더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
3) 빈부격차를 그럴싸하게 설명하는 법 - '기회 균등'
4) 능력주의 윤리
- 승자들을 오만으로, 패자들을 굴욕과 분노로 몰아간다
5) 굴욕의 정치
- 승자에게 갈채하며 동시에 패자에게 조롱한다. 패자 스스로마저도 말이다.
6) 기술관료적 능력과 조직적 판단
- 기술관료적 능력주의는 능력과 도덕 판단의 사이의 끈을 끊어버렸다. 이는 경제 영역에서 '공동선이란 GDP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간단히 정해 버렸다
7) 포퓰리즘의 준동
2. '선량하니까 위대하다' 능력주의 도덕의 짧은 역사
1) 왜 능력이 중요한가
- 자유를 강력하게 옹호하며, 각자 스스로 필요한 것을 정당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한다
- 능력주의의 이상은 개인의 책임에 큰 무게를 싣는다
2) 우주적 능력주의
- 성서 신학은 어떻게 보면 능력주의 사고의 기원이다. 권선징악
3) 구원과 자기 구제
- 프로테스탄트의 직업윤리는 능력주의적 사고방식에 적합한 윤리의식의 기반이 되었다
4) 과거와 지금의 섭리론
- '은총에 의한 구원'에서 '일을 통한 구원'으로
5) 부와 건강
6) 자유주의적 섭리론
7) 역사의 옳은 편
- 비판자들에 대해서는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다'고 규정하는 것이다
8) 도덕 세계의 궤적
3. 사회적 상승을 어떻게 말로 포장하는가
1) 고된 노력과 정당한 자격
2) 시장과 능력
- 복지국가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관련 리스크 부담을 정부와 기업에서 개인으로 옮기려는 태도다
3) 자기 책임의 담론
4) 재능과 노력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 기회가 정말로 평등하다면
5) 마땅히 받을 것을 받는다
6) 포퓰리즘의 반격
- 그들은 바닥에 묶여 있는 사람들 또는 물 밑으로 가라앉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사정을 챙기지 못했다. 사회적 상승의 담론은 그런 이들에게 있어 약속이라기보다는 조롱이었다.
7) 과연 '하면 된다'가 맞나?
- 사회적 이동성 지표를 보면 미국이 다른 많은 나라보다 더 불평등할 뿐 아니라 이동성도 덜하다
-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73
8) 보는 것과 믿는 것
- 각자의 이상과 기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을 생각하면, 능력주의적 약속이 얼마나 유권자들의 사기를 꺾고 심지어 굴욕감까지 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4. 최후의 면책적 편견, 학력주의
1) 무기가 된 대학 간판
2) 불평등의 해답은 교육?
3) 최고의 인재들
-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학력이 뛰어나고 전문성이 돋보이는 투자은행가들은 그들이 실제로 받는 엄청난 보수가 아깝지 않은 인재들이다는 믿음이 깔려 있는 게 문자라는 것이었다
4) 스마트해지기 위한 일
5) 대중을 내려다보는 엘리트
6) 학위가 있어야 통치도 한다
- 좋은 통치는 실천적 지혜와 시민적 덕성을 필요로 한다. 공동선에 대해 숙고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둘 중 어느 것도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함양될 수 없다. 최고의 명문대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최근의 역사적 경험은 도덕적 인성과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정치 판단 능력과 표준화된 시험에서 점수를 잘 따고 명문대에 들어가는 능력 사이에 별 연관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최고의 인재들이 저학력자 동료 시민들보다 통치를 잘한다는 생각은 능력주의적 오만에서 비롯된 신화일 뿐이다. p.164
7) 학력 간 균열
- 대학 학위가 품격 있는 직업과 사회적 명망의 조건이라는 생각을 근거로 정치를 하니 민주주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은 비대졸자의 사회적 기여를 폄하하며 사회의 저학력 구성원들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 그리고 노동계급 전체를 대의정부에서 효과적으로 배제한다. 그 결과 정치적 반격을 겪는다 p.171
8) 기술관료적 담론
- 민주적 반대란 보통 사람들이 충분한 정보가 없어서 생기는 거라고 여겼다. 정보 부족이 문제라면 해법은 정보를 충분히 아는 사람이 동료 시민을 위해 결정을 내리는 것, 아니면 그런 사람이 동료 시민을 계몽하여 뭐가 제대로 된 결정인지 깨우쳐주는 것이 될 터다.
9) 테크노크라시냐 데모크라시냐
- 정치 이전에 '우리 모두는 어떤 기본 사실에 전원 동의해야 하며, 그 이후에 우리 각자의 의견과 신념을 가지고 토론하면 된다'는 생각은 기술관료적 기만이다. 정치 토론은 종종 의제와 연관된 사실을 어떻게 잡아내고 정의할지에 대해 벌어진다.
10) 기후변화 논란
5. 성공의 윤리
1) 기술관료의 지배냐 귀족의 지배냐
2) 능력주의의 어두운 면
3) 능력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4) 완벽한 능력주의는 정의로운가?
- 능력주의의 이상은 이동성에 있지 평등에 있지 않다. 누군가가 다른 이보다 빨리 달렸다고 부정의 하다고 볼 수는 없다
5) 재능은 자신만의 것인가?
- 내 노력이 아니라 행운의 결과다. 내가 재능을 후하게 보상하는 사회에 산다면 그것 역시 우연이다.
6) 노력이 가치를 창출하는가?
- 능력주의의 이상이 재능의 우연성을 외면함으로써, 또한 노력의 중요성을 과장함으로써 도덕적 흠을 갖는다
7) 능력주의의 두 가지 대안
- 자유시장 자유주의 / 경제적 보상과 개인의 능력, 도덕적 자격은 전혀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 나의 소득과 부는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반영한다.
- 복지국가 자유주의 / 성공한 개인이 어느 정도는 공동체에 빚지고 있다
8) 능력주의에 대한 거부
9) 시장과 능력
- 도덕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능력과 가치의 구별은 좀처럼 쉽지 않다
10) 시장 가치냐 도덕적 가치냐
- 소비자 수요의 충족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게 아니다. 그 가치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그것이 지향하는 목표의 도덕적 지위에 따라 정해진다
11) 쟁취한 자격인가, 권리가 인정된 자격인가?
- 옳음과 좋음, 도덕적 자격에 보상하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사회를 조직한다면, 도둑을 벌주기 위해 재산권 제도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12) 성공에 대한 태도
- 명예와 인정의 문제는 분배적 정의와 결코 깔끔하게 분리될 수 없다
13) 운수와 선택
- 선택 운과 눈먼 운, 보험의 가능성
14) 재능 계산하기
15) 능력주의의 등장
6. '인재 선별기'로서의 대학
1) 능력주의 쿠데타
- 세습적 엘리트 체제에서 능력주의적 체제로
2) 능력주의의 폭정,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다
3) 코넌트의 능력주의 유산
4) 돈 따라가는 SAT 점수
5) 불평등의 토대를 더욱 다지는 능력주의
6) 명문대가 사회적 이동성의 엔진이 되지 못하는 이유
7) 능력주의를 더 공평하게 만들기
8) 인재 선별 작업과 사회적 명망 배분
9) 상처 입은 승리자들
10) 또 하나의 불타는 고리를 넘어라
11) 오만과 굴욕
12) 유능력자 제비뽑기
- 능력을 극대화되어야 할 이상으로 보기보다 일정 관문을 넘을 수 있는 조건으로만 본다
13) 인재 선별기 부숴버리기
14) 명망의 위계질서
- 도덕 및 시민교육 과정
15) 능력에 따른 오만 혼내주기
7. 일의 존엄성
1) 일의 존엄성 하락
- 우리가 버는 돈이 우리의 사회적 기여도를 반영한다
2) 절망 끝의 죽음
3) 분노의 원인
- 경제적 박탈과 문화적 소외의 복합물이다
4) 일의 존엄성 되살리기
5) 사회적 인정으로서의 일
- 분배적 정의만이 아니라 노동 계급의 기여도에 대한 배려를 포함해야만 한다
- 일은 그 최선에 있어 사회적 통합 활동이며 인정의 장이고, 공동선에 기여해야 한다는 우리의 책임을 명예롭게 수행하는 방식
6) 기여적 정의
- 근본적인 인간 욕구는 우리가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일의 존엄성은 그런 필요에 부응하는 우리 역량의 발휘로 이어진다
7) 일의 존엄에 대해 논쟁하자
8) '열린 어젠다'의 오만
9) 금융, 투기 그리고 공동선
10) 만드는 자와 가져가는 자
- 어떤 종류의 일이 인정과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느냐다. 또 다른 것은 우리는 시민으로서 서로에게 어떤 책임이 있느냐다
결론. 능력, 그리고 공동선
1) 기회의 평등을 넘어서
- 조건의 평등
2) 민주주의와 겸손
- 서로 다른 삶의 영역에서 온 시민들이 서로 공동의 공간과 공공장소에서 만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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