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료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어떤 근거로, 논리로, 철학적인 시선으로)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이번 책은 다듬지 않은 거칠고 날것의 느낌이다(어쩌면 덜 영적인). 그래서 가장 좋다. 11분은 객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한 명의 사유하는 인간에 대해서 점점 더 깊게 알아가는 즐거움은 삶의 큰 낙이지 않을까.
11분 /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서평을 하기엔 사랑에 대한 깊이가 얕아 민망하다. 몇 구절로 대체한다.
자유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사랑
나는 이때껏 사랑을 자발적인 노예상태로 여겨왔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 자유는 사랑이 있을 때에만 존재하니까. 자신을 전부 내주는 사람,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끼는 사람은 무한하게 사랑할 수 있다.
p.155 인간 존재의 목표는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고, 사랑은 타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속에 있다. 그것을 일깨우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하지만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우리는 타인을 필요로 한다. 우리 옆에 우리의 감정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을 때에야 우주는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저자의 메시지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누구나 사랑을 한다. 하지만 깊이는 다르다. 한 인간을 어디까지, 무엇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그녀가 꾸민 외모를, 꾸밀 수 없는 육체를,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생각하는 정신을, 타인을 향한 시선을, 행동하는 기저를, 변화의 가능성을, 사용하는 단어를, 소통하는 음역을, 의식적인 의식을, 세상에 남기는 족적을, 밝음이 있게 해 준 어둠을, 부재의 존재를.
내가 사랑하고 있는 순간의 그녀는, 그녀가 보내온 시간, 경험, 환경의 하모니이다. 그것은 결코 소유되지 않을 것. 그러니 머물 수 있는 동안 감사하기를. 누군가 곁을 내준다는 건 기적이라는 것. 그래서 삶이 아름답다는 것.
외롭다. 그래서 자유롭다. 외롭지 않다. 그래서 자유롭다.
누구나 이상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시도는 하지 않는다. 상처받기 싫어서,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 고통과 친해질 수 있다면 이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알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책을 읽다 문든 생각이 든다. 저자는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걸 안다. 그럼에도 왜 다작을 할까. 몇 가지 이유는 안다.
내용
p.22 사랑은 상대의 존재보다는 부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와 함께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사랑은 증폭되었다.
P.33 못생긴 여자들에게 세상은 과연 어떤 것일까?
P.39 여자는 이런 종류의 미묘한 문제는 결코 털어놓지 않는다.
P.47 꿈을 실현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욕구불만 사이에서 망설이며 세월을 보낸다.
P.60 나는 세상의 제물일 수도 있고,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난 모험가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어떤 시선으로 내 삶을 바라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
P.70 삶은 자기 자신의 정상에 오르고자 하고,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불만과 불안 속에서 허덕이는 것.
P.80 나 대신 운명이 선택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P.112 영혼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육체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만큼 돈벌이가 될 수 있다는 것.
P.122 나는 이때껏 사랑을 자발적인 노예상태로 여겨왔다.
P.130 사랑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자발적이고 의도적인 포기였다.
P.134 몇 달 만에 처음으로 그녀를 하나의 대상이나 여자로서가 아니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눈길을 느낀 것이다.
P.155 인간 존재의 목표는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고, 사랑은 타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P.159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평화롭게 먹고, 자고, 일할 수 없다. 열정은 과거에 속하는 것들을 모두 파괴해버린다. 사람들이 열정을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P.172 당신은 이제 내가 당신에게 자유롭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넘겨준 나 자신의 일부를 소유하는 거예요.
P.193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 멀리 가보고 싶었다.
P.194 육체가 아니라 영혼의 순결을 빼앗는 거니까.
P.196 섹스, 고통, 사랑이 인간에게 극한 경험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죠. 경계를 아는 자만이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겁니다.
P.210 모든 기준에서 볼 때 나는 행복하다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P.214 늘 꿈꾸었던 사람을 찾아 자세히 관찰해본 사람은 섹스 에너지가 성관계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아요.
P.229 스승이 제자로 하여금 뭔가를 발견하게 할 경우, 스승 역시 뭔가를 발견하게 되는 법이죠.
P.262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쾌락 추구가 아니라 중요한 모든 것에 대한 포기라는 사실.
P.272 나로 하여금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게 해 준 행복을 그에게도 주고 싶어.
P.279 그녀에게 그토록 깊은 감동을 준 것은 새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눈부신 자유로움, 끊임없이 퍼덕이는 그 날개의 에너지였다는 사실.
P.299 우리가 억누르려고, 잊어버리려고 하는 감정들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마음에는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P.333 본능이 우리 모두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 짓을 하긴 해야 한다는 걸 알 뿐이오.
P.340 어서 와서 날 희망으로 축복해주기를, 그리고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러주기를.
P.346 세상의 모든 결심과 의지로도 게임의 규칙을 수시로 바꾸는 사랑을 막지는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싶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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